2011Oz_프롤로그
대양주 2011/02/20 17:46요새는 '예의없다'고까지 표현되는 화장안한 얼굴에 거진 캐주얼뿐인 옷장 속 아이템들.
외모에서 부터 난 여타 서른살 직장인 여성들과는 차이가 좀 있다.
게다가 아직도 철없는 생각와 행동들, 스무살 되던해 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술버릇까지.
사실 '나이듦'이란 것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나이듦'에 주어지는 사회적 구속과
누구는 '일반적' 혹은 '정상'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어떤 삶의 경로 같은것에 거부까진 아니지만
신경쓰지 않고 살고있는 사람으로서, 서른과 스물 여섯은 단지 건조한 피부로만 느껴질 뿐이다.
(아! 건조한 피부를 볼때면 정말 눈물이...ㅠㅠ)
아직도 주로 만나는 친구들은 스무살 그 사람들이고,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얘기를 하고
어울리고 술을 마시고 똑같은 주사를 부리고 받아주고 한다.
그러나 어떠한 사건 때문에 지난 몇개월 동안 심한 일종의 '서른앓이'를 했던게 사실이다.
2010년 12월 말 쯤에는 심지어 나의 20대에 가장 후회하거나 잘못한 일들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삶에서 '후회'라는 것을 그닥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예상치도 않았던 변화였다. 물론 결론적으로는 시간을 돌린다 한들 같은 선택을 했을꺼라며
마무리 되었지만, 어쨌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더랬다.
사회에 나오고 나서도 나는 매년 일종의 현실도피성 여행, 약발 떨어질때 쯤 가야하는 여행을
일년에 한두번씩 가곤 했다. 출장이나 3~4일 이내의 짧은 여행이 아닌 보통 9일정도의 여행.
2009년에 큰 행사를 치르고 우겨서 14일 정도 모로코, 스페인을 다녀온것이 가장 긴 여행이었다.
2011년은 시간 계획상 1~2월에 여행이 필요했고 또 가야했다. 이제 방학에만 움직일 수 있는
학생신분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으므로.
현실도피성 여행, 약발 여행에 2011년에는 '서른잔치'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게 되었다.
어디서 서른잔치를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가 호주를, 아니 울룰루를 떠올리게 되었다.
세상의 중심, 울룰루. 거기에서 사랑이나 외쳐 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일본영화 제목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도시보다는 둘도 없는 자연환경과 로컬문화를 주로 탐닉하는 나의 여행 패턴들. 울룰루는 우주 밖 세상같은
비현실적인 환경에다 호주 대륙의 중심, 원주민 문화의 심장부 이자 성지, 사막 이라는 면에서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나의 이번 여행은 애초부터 '호주'가 아닌 '울룰루'를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울룰루를 계획하다 보니 열차여행도 하고싶어졌고 그러면서 들를 도시를 보니 섬에도 가고싶어졌고
그렇게 욕심내며 일정을 짜다보니 결국 9일을 넘겨 13일 일정이 짜여졌다. 2010년에 여름휴가를 못간걸
핑계삼아 휴가를 얻어냈다. (물론 출장때문에 많이 쏘다녔다지만 출장은 출장일뿐...--;)
그렇게 홀로 떠나게 된 호주여행. 오랬만에 '아, 이게 바로 여행하는 기분이지' '나 지금 여행하고 있구나'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대학때 이후로 잊고 있던 감정같은게 살아난 기분이랄까.
울룰루 투어를 하며 탔던 미니버스에서, sweg에 누워 별을 보면서, 스물다섯시간 기차를 타고 지는해와
뜨는해를 보면서(당연히 VB와 함께!), 캥거루 섬 cottage 앞 들판에서 뛰어노는 캥거루를 바라보면서.
마지막날까지 나를 가만두지 않았던 호주.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사로잡히고 만 나의 서른잔치, in 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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